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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병동 생활② - 전자렌지 계란찜!먹거리/기타 등등 먹거리 2020. 12. 3. 23:17
슴슴한 병원 밥이 입맛에 딱인 엄니와 금냥씨인데,
이사 온 개인 정형외과의 밥은 병원식이 아닌 일반식 밥상.
아가 입맛인 저와 엄니에게는 많이 맵고, 많이 짜요.
(다른 환자분들은 맛있다고 하심)
병원 뒤쪽의 암사 종합시장 반찬가게에서 슴슴한 나물류를 채집해다가 먹기도 하고,
잔뜩 쟁여놓은 삼립 잇츠 새우 전복죽을 먹기도 하고...
이러던 중,
계란찜이 먹고 싶은 금냥씨!ㅋ.
시장에서 계란과 영양부추, 새우젓 3천 원어치를 사다가
직접 계란찜을 해 먹기 시작해요~
히힛!
단백질이다~ 단백질~!
(병원에서 살림을 차리기 시작...)
파 잔뜩 넣은 계란찜이 먹고 싶지만...
한정된 공간(병실)에서 대파를 사다가 씻어서 쫑쫑 썰 자신이 없더라고요.
계란찜에 푸르딩딩한 무언가를 넣고 싶기는 해서
대타로 구매한 푸르딩딩이 '영양 부추'였는데,
부추 향도 올라오고 씹히는 식감도 좋아서 만족~!
종이컵 계란찜 3인분 재료 및 도구
재료 : 왕계란 2알, 영양부추 원하는 만큼 적당히, 새우젓 2 티스푼, 물(거의 계란 양만큼)
도구 : 종이컵 3개, 베스킨라빈스 스푼, 부엌용 가위, 종이 접시, 계란 풀을 그릇
한 컵은 엄마 꺼,
한 컵은 내 거,
한 컵은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가짜 엄마 꺼!
ㅋㅋ
왕란이 아닌 작은 계란이면 한 컵에 1알씩,
그릇 후지를 일 없이 더 편했을 것을...
과한 욕심이 부른 삽질입니다.
두 번째 살 때는 제일 작은 초란으로 샀더니
한 컵에 한알이면 되더라고요! 히히!
만드는 방법(3컵)
1. 잘 씻은 영양부추를 가위로 쫑쫑 썰어 종이컵에 분배한다.
병원 뒤에 있는 시장의 슈퍼마켓에서 왕란 10구를 구매했어요.
왕란으로 샀더니 종이컵에 1알을 다 넣으면 막 넘치더라고요.ㅋ
(10알 중 9알이 쌍란이었음!)
하는 수 없이 저렇게 풀어서 나눠 넣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번거로와!)
2. 쫑쫑 썰은 새우젓으로 간을 한다.
처음엔 썰지 않고 그냥 통으로 넣었더니...
간이 좀 되었다가 안되었다가 들쑥날쑥하더라고요.
저렇게 쫑쫑 썰은 후, 국물도 살짝 같이 넣어서 간을 해주니
간이 골고루 잘 되었습니다!
사실 소금으로 간을 해도 상관없는데,
'계란찜 간은 새우젓이 맛있쥐~!'
이런 고정관념이 있어서
암사 시장에 있는 남친씨의 단골 반찬 가게 사장 언니에게
새우젓 3천 원어치만 사 왔습니다.ㅋㅋ
(인맥은 어디서나 소중!)
엄마의 최애 반찬인 백김치도 조금씩만 잘라서 팔아주시고...
조그만 반찬통에 들어갈 정도의 반찬 양만도 팔아주시고...
사장 언니! 모로 모로 고마와용~ 히히!
3. 계란과 물을 1 : 0.9의 비율로 섞어 잘 풀어준다.
제일 힘든 과정이었어요.
작은 계란으로 살 걸...
이게 웬 삽질이람?...
종이컵 계란찜은 초란으로!!!
나중에 한 컵에 한 알씩 넣어서 저을 때는
훨씬 더 잘 섞이고 편했습니다!
4. 완성된 계란물을 종이컵 3개에 잘 나누어 담는다.
오오오오...! 두근두근!!!
작은 계란이면 이 과정은 필요 없습니다.
그냥 종이컵에서 바로 휘휘 저어서 전자레인지에 넣기만 하면 OK~!
5. 전자렌지에 넣고 5분 30초 돌려준다.
전자렌지에 비친 뒷 벽 그림이나 핸드폰 말고,
안에 있는 종이컵을 봐주세요...!
두근두근!
종이컵 1개에 1분 30초에서 2분 돌려주면 됩니다.
3개니까 6분! 이 아니라 5분만 돌려도 되긴 되더라고요.
그런데 3개를 한꺼번에 돌리니, 위치에 따라 조금 덜 익는 컵이 생기길래...
혹시나 해서 30초 더 돌려줬어요.
계란이 봉긋~하게 솟아오르면 다 된 건데요,
전자레인지 문을 여는 순간 찬 바람이 들어가면
푸슈슉... 도로 가라앉지요...(아쉽)
크~~~!
전자레인지를 열자마자 뿌~~~옇게 가득 찬 수증기!!!
처음 실험적으로 돌려볼 때 왕란 1알을 다 넣고 했더니
계란물이 넘쳐서 공용 전자레인지를 조금 더럽히길래
혹시나 하고 종이접시를 같이 넣고 돌리기 시작했는데,
3컵을 한꺼번에 넣었다 빼기도 좋고, 쟁반 역할도 하고...
적정량을 분배 한 이후로 넘치지는 않았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도 뒤처리를 한다고 고생하지 않아도 되니 좋더라고요. ㅋ
김이 다 빠진 후의 모습입니다.
먹음직...
맛있습니다!
포슬포슬 부들부들!
접시채로 꺼내서 병실로 호다다닥!
밥을 주는 카트가 오는 소리가 들리면,
상을 펴고 앉아서 얌전히 밥을 기다립니다.
아하하하~!
외출하셨다가 집에 가기 전 꼭 한 번씩 들르시는 아부지께 한 컵 해드렸더니
옆방에서 건네주신 밥에 싹싹 비벼서 한 그릇 뚝딱 하시더라고요.
ㅎ.
저거 저거 집에서는 설거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이런 거도 할 줄 알아?
뭐 대충 그런 표정이셨지만,
남친씨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젠 뭐...
(니가 계란찜을 하겠다고? 사람이 먹을 수는 있는 거냐? 뭐 이런 반응이었음.)
그냥 이런 나이롱 이미지를 고수하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의 아니게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는 걸 들켜버린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엄니 팔이 자유로와지면
다시 골골 딸래미 코스프레를 하며 빈둥거릴게 뻔하니
할 수 있을 때 해 드리기?!ㅋㅋ.
개인 병원이라서 그런지,
오늘의 식단을 알 수가 없어요.
뭐가 나오는지 안 알려줘요.
어느 끼니 때는 입맛에 착착 맞는데,
어느 끼니 때는 먹을 수 있는 게 전혀 없기도 합니다.
엄마나 저나 먹지 못할 소불고기... 이런 게 단백질 메뉴로 나오는 끼니는 그냥 망...이었는데,
전자레인지 계란찜 덕분에 냠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ㅋ
자취하시는 분들...
설거지 하기 귀찮으시죠?
계란 프라이는 프라이팬까지 닦아야 해!!!
(겁나 귀찮음.)
환경을 생각하면 1회 용품 사용을 자제해야 맞겠지만,
병동 생활을 하면서 설거지 하기란 쉽지 않아요.
"집에 가도 이거 해줄 거야?"라고 물어보시는 귀여우신 엄니...
매일 해드릴게!!!
했더니,
"밥그릇보다 종이컵이 더 맛있는 것 같아..."
라고 하십니다. 큼!
음... 엄마... 그건 생각 좀...
나무랑 북극곰이랑 또 뭐가 있지?... 뭐 그런 거 생각해봐...라고 했더니
"설거지 한다고 세제 써서 물 오염되는 거 생각해봐." 라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종이컵이 그렇게 마음에 드셨어요?...
진짜 퇴원하셔도 매일 해드릴게!
얼른 안 아파지세요!!!
이상은
설거지가 너무도 귀찮은 1인의
전자레인지 계란찜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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