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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 고깃집]조선 화로집에서 금체질 먹부림질!
    먹거리/모든 체질 이용가능 2020. 5. 14. 00:51

    맛+양 : ★

    청결함 :

    편안함 :

    친절함 :

    화장실 :

     

    지난 주말, 스승의 날 행사로 은사님을 모시고 수원에 있는 고깃집 '조선 화로 집'을 다녀왔다. 해산물이나 바다음식을 좋아하시는 은사님이신데, 올 해는 웬일인지 고깃집. 그것도 '소'고깃집을 만남의 장소로 정하셔서 매우 당황하였다. 물론 돼지도 팔지만 이 집의 주력 메뉴가 전부 '소'였다.

    그렇다. 내가 아무리 정석을 걷는 8체질식이 아닌 날라리 체질식을 한다고 하지만 은사님의 이런 선택은 날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굶고만 있을 나는 아니지만 말이다.

    딱 보기에도 금 체질에게는 너무도 헤로와 보이는 메뉴판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고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이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믿으며 메뉴판을 뒤집어보았다.

    그러면 그렇지! 곁들임 메뉴에 보이는 꼬막무침과 조선 메밀 국시, 된장찌개, 공깃밥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차피 나는 못 먹는 소고기이지만, 최근 2-3년간 훈련한 고기 굽는 실력을 뽐낼 때가 되었다! 먹는 사람들은 먹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나는 굽기에만 집중하면 될 노릇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금 체질인 내가 먹지 못할 음식점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지만 그때마다 나 하나 때문에 '못 먹어서요.' 라며 음식점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내 마음대로 식당을 정하려면 출세를 하던가, 내 위에 대장 없이 부하들만 즐비하다거나 해야 어느 정도 가능해질 듯하다. 살기 위해(=건강을 위해) 체질 판별을 받았다면, 먹고살기 위해, 정확히는 내 체질에 이로운 음식을 풍족하게 사 먹을 돈을 벌기 위해 사회생활은 불가피하다. 불가피한 사회생활로 인해 목 체질에게 유리한 이런 음식점을 가게 되더라도, 나는 충분히 배부르게 내 것을 찾아먹는 요령도 생겼다.

    나처럼 체질 판별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 체질식 초반 회식 자리, 또는 모임 자리가 상당히 난처할 수 있다. 특히나 고기 위주로 가게 되는 회식의 경우가 많다 보니 금 체질들에게 난감한 상황이 많기도 하다. 나 역시 체질식 초반에 단체 회식자리에는 핑계를 대고 아예 빠지거나 '한약 먹는다'는 되지도 않는 핑계로 깨작거리거나 했지만, 이제는 당황하지 않는다. 당당하게 앉아서 고기 굽기를 자처하며(고기 굽기에 특별한 철학이 있는 프로 굽러 명인이 없다면 대부분 다들 좋아한다) 공깃밥을 시켜서 쌈만 싸 먹는다거나, 다른 싸이드 메뉴를 공략하면 된다. 고기를 잘 못 굽는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 정도이다. 그냥 가위와 집게를 스틸하는 것만으로도 큰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횟집이나 바다 바다 한 음식점이 회식 장소가 된다면 그동안 못 누린 호사를 실컷 누리면 된다.

    불판은 얇은 줄이 있었는데, 한때 한참 유행하던 소 고깃집 '그램그램'의 불판을 닮아있었다. 저런 얇은 줄 불판이 아니어도 나의 출중한 고기 굽기 실력이라면 안태우고 정말 맛있게 구울 수 있지만, 사실 저런 얇은 줄이 걸린 불판이 굽기 더 쉬운 건 사실이다.

    우리의 인원은 총 5명이었다. 은사님과 나, 그리고 내가 은사님 밑에서 타교에서 조교를 하던 시절 학생이었던 제자 2명, 그리고 그 2명 중 한 명 밑에서 힘들게 실전 훈련을 받고 있는 은사님의 아들이자 제자의 제자(?). 아마도 제자의 제자이자 아들에게 소고기를 사주고 싶으셨던 걸까?

    우리는 메뉴판의 둘째 줄에 있는'황제 갈빗살'로 5인분을 먼저 주문하였다. 

    주문을 마치고 앉은자리에서 좌측을 보니 저쪽에 셀프코너가 보인다. 뭐가 있는지 궁금하지만 잠시 후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추가 반찬을 덜어다 먹는 거겠지? 추측만 할 뿐이었다.

    두 테이블에 나눠 앉았기에 황제 갈빗살은 2.5인분씩 나눠져 나왔다. 

    "요즘 제가 제일 잘하는 게 고기 굽는 거예요!"라고 자랑하며 집게와 고기는 내가 들었다. 사실 은사님 다음으로 연장자인 내가 구울 짬은 아니지만, 어차피 먹지 않는 음식이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내가 굽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은사님과 내가 같은 테이블이라 정말 다행이었다. 여담이지만 저쪽 테이블의 고기는 처참하게 사망하였다. 저렇게 탄 걸 먹느니 나처럼 안 먹는 게 나을 정도였다.

    고기를 올려놓고 불 조절도 하고, 뒤집는 타이밍을 재면서 나온 밑반찬들을 관찰했다. 양파 절이, 상추 절이, 국물이 살짝 감도는 배추김치, 양파와 무와 마늘을 함께 절인 장아찌 등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쁘지 않은 찬들이었다. 사실 배가 많이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반찬들만 봐도 침이 꿀꺽 넘어갔다.

    고기를 구우면서 옆자리에 앉은 총무 역할의 또 다른 제자에게 '막국수' 주문을 부탁했다. '조선 메밀 국시'라는 이름이었는데, 물 국시로 주문했다. 혹여나 빨간 다진 양념이 포함되어 있을까 싶어서 총무가 주문할 때 옆에서 "다진 양념은 빼고 주세요"라고 말했다. 주문받는 직원이 별 말을 안한걸 보면 원래 빨간 다진 양념이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다.

    한참 고기를 구워서 우리 테이블의 은사님과 또 다른 제자가 고기를 입에 가져가기 시작할 때에 딱 맞춰서 나의 주력 메뉴인 조선 메밀 국시가 나왔다. 먹지 않는 무는 얌전히 빼놓고 면을 호로록! 해본 결과, 메밀 함량은 매우 낮음으로 판명되었다. 하지만 소고기보다는 덜 불편한 녀석이니 불만 없다. 꼬막무침도 주문할까 했는데 고기를 앞에 두고 그러는 건 예의가 아닌 듯싶기도 했고, 막국수 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를 것 같았다. 

    은사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은 또 다른 제자의 소고기 취향대로 '미디엄'으로 구웠다.

    1차 모임 장소가 조선화로 집으로 결정 났을 때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은 바로 '소 누린내'였다. 최근 들어 소 누린내에 매우 민감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조선화로 집에서는 질 좋은 소고기를 사용하는 건지 아니면 오랜만에 만난 은사님과 또 다른 제자들이 반가워 서였는지 내 후각을 자극하는 기분 나쁜 소 누린내가 전혀 없었다.

    내가 구웠지만 어느 정도 구워졌는지 알 수가 없기에 한 점은 먹어보았다. 물론 누린내가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히야~ 누가 구웠는지...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고, 적당한 불 조절 성공으로 육질도 야들야들했다. 그렇다. 맛있었다. 양념이 너무 세지도 않았고, 육질도 딱 좋았으며, 소 누린내도 거의 없고, 굽기 상태도 최상이었다. 이 맛있는 게 헤로운 체질이라니 슬프기도 했지만, 이내 나에게 이로운 킹크랩과 바다 바다 한 녀석들과 아삭한 야채들을 떠올리며 위로했다.

    옆 테이블의 새카매진 고기를 먹어야 하는 다른 제자와 은사님의 아드님이 불쌍해서 한 점씩 나눠주었다. 같은 고기인데 왜 맛이 다르냐며 나의 고기 굽는 실력을 칭찬해주는 귀여운 것들이었다. ㅎㅎ.

    막국수로 배도 어느 정도 찼고, 상추절이와 양파 슬라이스+고기 한점도 먹었으니 셀프코너들을 둘러볼 차례였다. 아직 다들 고기 삼매경이었기에 국수를 주로 먹기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내가 나서는 게 합리적으로 보였다. 갔더니 기본 찬에 섞여 나오지 않았던 마카로니가 보이길래 한 접시 퍼왔다. 그 외에 은사님이 잘 드시던 양파슬라이스와 상추 절이도 두 번 더 퍼가서 리필해 드렸다.

    찬들을 리필하고 왔는데 주문 한 고기를 거의 다 먹은 것 같다. 은사님의 젓가락질이 아직 계속되고 있었고, 총무 제자의 젓가락질도 멈추지 않기에 황제 갈빗살 1인분을 추가 주문하였다. 

    이번에도 잘 구워졌다. 뒤늦게 발견하여 갈고닦은 고기 굽기 소질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한참 고기를 즐기던 시절 레어를 즐겼던 나는 당장이라도 먹을 수 있는 정도였지만, 미디엄 웰던 취향의 은사님과 옆에 앉은 총무를 위해 불을 줄인 후 조금 더 익혀줬다.

    불판에 고기를 올린 건 총 3번. 역시 줄 불판이라 그런지 3번을 굽는 동안 불판을 교환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내가 너무 잘 구운 이유도 있겠지만!(이런 쓸데없는 일에 어깨 뽕 올라감) 

    조선화로 집의 인상적인 점은 넓디넓은 홀과 수많은 좌석만큼 넓은 놀이방이었다. 보통 식당들의 놀이방은 구색 맞추기용으로 좀 좁게 느껴졌는데, 조선화로 집의 놀이방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키즈카페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근처에 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나섰다. 계산을 마친 다른 제자가 주차권도 챙겨주었다. 주차는 2시간 무료 할인권을 주었다. 그런데 아이 파킹 가맹점이었는지 내가 출차할 때 할인권을 꽂기 전에 차단기가 열리길래 '뭐지?' 했는데, 내 카드에서 3천 원이 빠져나갔다.(아까워!) 바로 아이 파킹 앱으로 들어가서 등록해 둔 카드를 삭제했다.(억울해 억울해)

    다음날 계산을 담당한 제자가 선물값, 밥값, 찻값을 모두 합산하여 1/n 한 금액을 알려주었다. 

    조선화로 집에서 먹은 건 황제 갈빗살 6인분과 조선 메밀 국시 가격 더하기 5인 상차림비 5000원을 포함하여 총 83,400원이 나왔다고 한다. 생각보다 적게 나와서 놀랐다. 다들 나이를 먹어서 많이 못 먹는 건가?...

    그런데 이 상차림비를 따로 받는 건 좀 의아하긴 했다. 기본 찬들 외에는 다 셀프로 가져다 먹는데... 고깃값이 싸서 반찬 값은 따로 받아야 하나보다. 하긴 요즘 야채값이 좀 비싼가?!

     

    수원 권선구에 위치한 조선화로 집의 자세한 위치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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