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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호역 맛집]"갓 삼겹살" 점심 특선 금체질 메뉴(?)
    먹거리/모든 체질 이용가능 2020. 5. 19. 00:07

    맛+양 : ★

    청결함 :

    편안함 :

    친절함 :

    화장실 :???(내부에 있었음)

     

    지난주 금요일, 점심 나절 천호역 근처에서 볼일이 있었다. 일처리를 하기 전에 고픈 배를 채워야겠는데... 마땅한 집을 못 찾고 있던 나와 일행 1인은 예림 문고 뒤편 골목에 위치한 ''갓 삼겹살''이라는 삼겹살 집을 발견한다.

    예전 방문 기억에 금양 체질인 내가 먹을만한 메뉴가 마땅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찬들이 맛있었던 기억도 있고, 들어가 보면 뭐라도 있겠지 싶어서 일단 들어간다. 

    찌개류를 먹어야 하나? 공깃밥에 계란 프라이를 먹어야 하나? 코다리 조림은 맵겠지? 한참 고민을 하는데 메뉴판 아래에 붙은 종이들 중 [주꾸미 볶음]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일행은 제육볶음을, 나는 주꾸미 볶음을 '최대한 안 맵게'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매움을 중화시켜 줄 '계란 프라이'도 각 1개씩 2개 주문했다. 과연 아가 입맛인 나에게 얼마나 안 매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맵겠지만, 물에 헹궈 먹으면 되니 큰 걱정은 안 했다.

     

    주문을 마친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점심시간이 막 시작되는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 말고는 한 테이블도 없었지만, 잠시 후 우리의 음식이 나오기 전에 테이블이 차면서 네 테이블 빼고는 모두 들어찼다. 오래전에 왔던 기억이 있긴 하지만 맛까지는 기억나지 않았었는데 하나둘씩 들어차는 테이블을 보면서 '맛없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은 사라졌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반찬들이 세팅되었다. 소시지볶음, 오이 부추무침, 이름 모를 산나물, 배추김치. 네 가지였지만 정갈했다. 오이 부추무침과 과 배추김치는 매워서 못 먹을 것 같았는데, 나중에 나온 콩나물국에 헹궈서 깨끗이 다 먹어치웠다.

    다 먹은 후 옆 테이블을 보니 데친 브로콜리도 있던데... 옆 테이블 사람들도 제육볶음에 주꾸미 주문하던데... 왜 우리는 안 주는 거지? 일찍 들어간 게 잘못인 걸까? 우리가 들어갔을 때는 준비가 되지 않았었는지 주지 않았다. 나도 데친 브로콜리 좋아하는데...(feat. 브로콜리 집착녀)

    일행의 메뉴인 제육볶음은 철판 위에 담아져 있고, 파절이가 곁들여져 있어서 더욱 맛있어 보였다. 하지만 일행은 육식 파였는지 소시지 반찬과 제육볶음의 고기만 열심히 먹었다. 나도 한 젓가락 먹어보고 싶었지만, 매움+육류 캄보를 이겨낼 만큼 컨디션이 좋지 못했기에 그냥 내 메뉴인 주꾸미에 집중하기로 한다.

    주꾸미는 철판이 아닌 그냥 접시에 담아져서 나왔다. '안 맵게'라고 했지만 생김새부터가 '너 이거 먹으면 큰일 나~~~'라고 말하는 듯했다. 무서웠다. 더욱이 주꾸미 밑에 잔뜩 숨어있는 콩나물에 젓가락을 쥔 두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콩나물 엄청 싫어함. 체질을 떠나서 그냥 싫어함. 목 체질 풀떼기 중 유일하다 싶을 만큼 경악하는 채소임) 콩나물의 압박을 물리치고 주인장님이 함께 준 가위와 집게를 들고 서걱서걱 먹기 좋게 주꾸미를 잘랐다.

    그냥 먹자니 불같이 매운맛이 날 것 같다. 먹지도 않았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콧잔등과 인중에 땀이 맺히는 느낌이다. 밥과 함께 나온 콩나물국을 한입 떠먹었는데 맑은 국물에 그렇지 않은 맛이다. 청양고추의 매캐함에 매워하며 바로 물 한잔을 들이켰다. 그 이후로 콩나물국의 용도는 고춧가루 털어내기용으로 변했다.

     저렇게 헹궈 먹으니 간도 적당하고 맵기도 적당해졌다. 주꾸미 간장 볶음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도대체 왜 주꾸미 요리는 늘 빨간 걸까? 의아해하며 콩나물국에 헹군 주꾸미를 입으로 가져갔다. 와... 주꾸미는 역시 맛있다. 헹궜으니 양념 맛이 어떤지 모른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물이 안 좋은 주꾸미는 저렇게 헹궜을 때 입안에 비린내가 남는다. 그런데 갓 삼겹살의 주꾸미 볶음의 주꾸미는 물이 참 좋았다. 비린내가 1도 없으며, 음식점의 강한 화력 특유의 불맛도 살며시 배어있었다.

    대부분의 해물 요리가 빨간 이유는 해물 비린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대부분 빨갛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싱싱한 해물이나 생선은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주꾸미의 경우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비린내가 확 올라오는데, 예민한 입맛인 나는 그걸 너무도 잘 느낀다는 게 문제이다. 금양 체질인 나에게 이로운 주꾸미임에도 불구하고 비린내 때문에 몇 점 먹다가 포기한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런데 갓 삼겹살의 주꾸미 볶음용 주꾸미는 싱싱했다. 양념을 저렇게 콩나물국에 탈탈 흔들었음에도 주꾸미 맛 외의 잡스런 비린내가 전혀 없었다. 

    익힘 정도도 딱 적당했다. 너무 익혀서 질깃한 느낌도 없고 딱 좋을 정도의 촉촉 말캉한 식감이 최고였다.

    감격해서 주꾸미 다리 하나하나, 얼굴, 몸통을 콩나물 국에 잘 흔들어 헹궈먹고 있는데 추가로 주문한 계란 프라이가 나왔다. '아... 나는 완숙이 좋은데...'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따로 주문하지 않으면 이렇게 반숙으로 나온다는 걸 깜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계란 노른자에 주꾸미를 담가 먹어야지!라고...

    계란 가운데를 젓가락으로 콕! 찔러서 노른자를 터트린 후, 잘 흔들어 헹군 주꾸미 다리를 퐁당 담갔다가 빼서 입으로 가져갔다. 쫄깃 탱글한 주꾸미와 고소한 노른자의 궁합이 아주 좋다! 유레카!

    매움 중화용으로 주문했던 계란이니만큼, 조금 매콤한 주꾸미를 담가보고 싶어 졌다.

    콩나물국에 흔들다 만 주꾸미를 찍어먹어 봤다. 오~! 더 고소하고 맛있기는 하다! 그런데 한참을 씹던 중 매움이 엄습하여 물을 한 컵 반이나 들이켜고서야 다음 주꾸미 조각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도대체 얼마만큼이나 아가 입맛인 걸까? 그래도 어른의 맛인 고추냉이라던가 씀바귀 나물이라던가 온갖 산나물들은 잘 먹는데... 유독 매운 거엔 맥을 못 춘다. 체질을 모르던 시절에도 잘 못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꾸미 볶음 정도는 '후~하~' 하면서 쓱싹 비우곤 했는데, 체질을 알고 난 후 금 체질에게 매운 것이 안 좋다는 걸 알고 피하다 보니 이제는 거의 유치원생 정도가 되었다. 작년에 전신마취가 필요한 큰 수술을 한 후로 석 달간 엄격한 체질식을 하면서 신생아 수준까지 갔다가 다시 야금야금 먹기 시작해서 그나마 유치원생 정도는 된 것이다.

     주꾸미 외에도 오이 부추무침과 배추김치까지 흔들어 먹고 나니 콩나물국 국물이 육개장 국물이 되어버렸다. 다른 식당에서는 보통 물컵에 헹궈 먹는데, 이 날 갓 삼겹살의 국 메뉴가 청양고추 맛 듬뿍 나는 칼칼한 콩나물국이었기에 물컵 대신 국물에 헹궈먹은 탓이다.

    주꾸미 볶음 \7,000

    갓 제육볶음 \7,000

    계란 프라이 2개 \2,000

    총 16,000원으로 2명이 맛있고 배부른 점심을 해결했다.

     

    체질과는 무관한 식당이고 막상 금양 체질이 먹을 만한 메뉴가 보이지 않아서 당황하긴 했지만, 식재료만 금 체질 것이라면 얼마든지 일용할 양식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코다리 조림도 먹어보고 싶은데 그건 또 얼마나 매울지, 어디에 헹궈먹어야 할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하긴 이날 이후로 소 고깃집에서도 식사를 한 나이거늘, 이 정도면 감사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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